제주의 오름에 오른 한 여인이, 항구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를 듣다가 따라 하기 시작한다. 뿌우. 뿌우. 뿌우. 오름 아래는 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이다. 오름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작은 철문이 있다. 갑자기 한 소녀가 철문 너머에서 풀숲으로 사라진다. 그녀는 철장을 열고 소녀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언젠가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을 영화로 찍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찍을 수 없는 것을 찍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담아 너의 오름에 올랐다.

짧은 단편 긴 호흡. 도통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색한 두 조합은 자연 풍광과 날것의 소리, 그리고 풍광을 헤치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만나며 완성된다. 공기와 바람의 밀도, 절제된 음악은 타이틀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제주라는 공간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 단편 영화라는 장르가 이야기의 ‘압축’이 아니라 ‘확장’이라 불려도 될 것이다.

​-조은성 예심위원

2020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뉴-쇼츠 부문

출연: 남진, 장해금, 장선

연출: 박석영
제작: 김태희, 박현숙
촬영: 이성은
녹음: 고준영
믹싱: 119사운드
편집: 이돈구
음악: 김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