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감독과 자발적 관객들이 ‘바람의 섬’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만나다.
혼듸관객평론단 안지선
1년 365일 어디에선가 축제가 열리고 공연이 진행되는 제주도는 사람들이 늘 문화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신기한 섬입니다. 정부 주도의 행사들이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연극이나 영화, 공연 등의 문화행사가 뿌리를 내리가 어렵기 때문이죠.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관객평론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관객평론단은 독립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발전시키고자 모인 동호회입니다. 동호회라고는 하지만 구속도 없고 규율도 없으며 가입도 탈퇴도 없는 자유로운 모임이죠.
사람이 모일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30여 명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주셨습니다. 독립영화를 원래 좋아했는데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분부터 독립영화를 보는 건 인생 처음이라는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여 “이렇게 재미있는 독립영화가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 의지가 높은 몇몇 분들은 혼듸독립영화제의 관객상을 선정하는 관객심사단으로 활 약해주셨어요.
그러던 중 관객평론단 만큼이나 무모해 보이는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가 제주 아트락 소극장에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개봉을 하기 전에 전국의 관객을 만나 영화를 상영하는 일종의 ‘유랑극단’같은 상영회로 영화의 제목은 ‘바람의 언덕’인데, 유랑감독과 자발적 관객들이 ‘바람의 섬’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딸을 버린 엄마와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딸의 재회를 그린 ‘바람의 언덕’은 여러모로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왜 딸을 버렸을까? 딸의 성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착한 것 아닌가? 바람의 언덕이 말하는 바람이란 ‘wind’인가 ‘wish’인가? 딸이 필라테스 강사로 나온 건 의도가 있는 연출인가? 등등 말이죠.
1시간이 넘게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속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순간은 배우분들이 필라테스 시범도 해주시고 노래도 불러주셨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문답보다는 함께 하는 경험이 서로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문화와 예술은 늘 일상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관객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를 기획한 박석영 감독님을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영화 관계자와 관객이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아참! 혹시 독립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언제라도 함께 해요! :)
- 관객평론단 일일 사회자 안지선
Comments